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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네 가지 시선'으로 만나는 일본 미술의 정수

by gugjinjang1 2025. 6. 20.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특별전 '일본 미술, 네 가지 시선'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립니다. 도쿄국립박물관 소장품 포함 62점을 '장식, 절제, 아와레, 아소비'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일본 미술의 특징과 미의식을 조명합니다.

 

 

네 가지 시선
일본 미술의 정수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양국 박물관 소장품 한자리에

올해는 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를 기념하여 양국의 문화 교류를 증진하고 서로의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행사가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되는 특별전 '일본 미술, 네 가지 시선'입니다. 이번 전시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6월 17일부터 8월 10일까지 열리며, 한국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귀중한 미술품 62점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입니다. 도쿄국립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일본의 중요 문화재 7점을 포함하여 총 40점의 소장품을 출품했습니다. 여기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차 스승으로 유명한 센노 리큐(1522~1591)가 사용했던 찻물 항아리 '시바노이오리'와 에도 시대의 유명 화가 오가타 고린(1658~1716)이 직접 무늬를 그려 넣은 유일하게 온전한 형태가 남은 옷인 '가을풀무늬 고소데(소맷부리가 짧은 기모노)'와 같은 대표적인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2000년대 이후 수집한 미술품 22점을 출품하여 일본 미술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이번 특별전은 양국 박물관의 협력을 통해 일본 미술의 흐름과 특징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일본 미술을 이해하는 네 가지 키워드: 장식, 절제, 아와레, 아소비

이번 특별전 '일본 미술, 네 가지 시선'은 전시된 미술품들을 네 가지 핵심 주제로 나누어 일본 미술의 특징과 미의식을 조명합니다. 네 가지 주제는 △장식 △절제 △아와레(あはれ) △아소비(遊び)입니다. 이 네 가지 키워드는 일본 미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관점을 제공합니다. 첫 번째 주제인 '장식'과 두 번째 주제인 '절제'는 미술품의 외형적인 특징에 집중하여 일본 미술의 상반된 두 가지 미감을 보여줍니다. '장식' 섹션에서는 화려하고 풍부한 장식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일본 신석기 시대인 조몬 시대의 독특한 문양의 토기부터, 정교한 채색과 문양이 특징인 자기, 그리고 금박을 사용하여 화려함을 극대화한 병풍 등이 전시됩니다. 이는 일본 미술이 시각적인 풍요로움과 장식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해왔음을 보여줍니다. 반면 '절제' 섹션에서는 이와 대조적으로 소박하고 간결한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투박한 질감과 자연스러운 형태가 특징인 다도 도구들, 특히 센노 리큐로 대표되는 '와비(わび)' 미의식을 상징하는 소박한 다도 문화와 관련된 유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센노 리큐가 사용했던 찻물 항아리 '시바노이오리'와 검소한 멋이 느껴지는 라쿠 찻잔 '아마데라'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간결한 선과 색으로 멋을 낸 칠기나 옷 등도 함께 전시되어 일본 미술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인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세 번째 주제인 '아와레(あはれ)'와 네 번째 주제인 '아소비(遊び)'는 일본 미술 특유의 정서와 미적 감각을 깊이 있게 다룹니다. '아와레'는 일본의 전통적인 미의식 중 하나로, 자연의 섬세한 변화나 일상의 순간에서 느끼는 깊은 감동, 인생의 덧없음에서 오는 애잔함 등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피고 지는 벚꽃을 보며 느끼는 아름다움과 동시에 허무함, 습기가 가득한 밤공기의 촉촉함, 붉게 물든 단풍잎과 길게 늘어진 그림자에서 느끼는 쓸쓸함 등 자연의 변화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미묘하고 애틋한 정서를 포괄합니다. 우리나라의 '한'처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일본 특유의 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미술에서는 이러한 '아와레' 정서를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리는 '가을풀무늬'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와레' 전시에서는 바람에 찰랑이는 가을풀의 모습을 담은 금박 병풍과 두루마기 옷 '고소데', 그리고 가을풀이 무성한 마당에서 다듬이질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새긴 벼루 등 '가을풀무늬'를 통해 '아와레' 정서를 표현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와레' 정서를 대표하는 일본 고전 문학 작품인 '겐지모노가타리'와 관련된 유물, 그리고 일본의 전통 공연 예술인 노(能)에 사용된 옷과 가면 등도 함께 전시되어 '아와레'가 일본 문화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중요한 미의식임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주제인 '아소비(遊び)'는 유쾌하고 재치 있는 일본 미술의 미적 감각을 조명합니다. '아소비'는 단순히 놀이를 의미하는 것을 넘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기발한 상상력, 그리고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찾으려는 태도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아소비' 전시에서는 에도 시대 서민 문화의 발달과 함께 유행했던 다색 목판화인 '우키요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우키요에는 당시 사람들의 일상생활, 풍속, 유명한 장소의 풍경, 가부키 배우나 미인 등을 소재로 하여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또한, 먹의 번짐 효과와 즉흥적인 붓놀림을 활용하여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회화 세계를 펼쳤던 이토 자쿠추의 '수묵 유도권'과 같은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들 작품은 일본 미술이 엄숙하고 격식 있는 예술뿐만 아니라, 유머와 해학, 그리고 자유로운 표현을 통해 일상 속의 즐거움을 담아내는 '아소비'의 정신도 중요하게 여겼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특별전은 전시 기간 중인 다음 달 16일에 박물관 소강당에서 '아와레' 정서와 '겐지모노가타리'에 담긴 일본의 미의식을 주제로 한 전문가 강연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전시 작품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 미술, 네 가지 시선' 특별전은 8월 10일까지 계속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일본 미술의 다채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한국과 일본 양국의 문화적 교류와 이해를 넓히는 소중한 경험을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