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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시인, 번역 문학의 새 지평

by gugjinjang1 2025. 7. 8.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김혜순 시인이 번역 문학을 '선물'이자 '상호관계'로 정의하며, 시를 통해 언어와 사유의 경계를 확장하는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녀는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 활성화 방안을 논하며 개별 작가 존중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했습니다.

 

 

김혜순 시인
번역 문학

 

번역 문학은 언어 간의 '선물'

김혜순 시인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문학번역원 대담 '포스트 노벨 시대 한국문학 해외 진출 활성화 방안'에 참석하여 번역 문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그녀는 "번역 문학은, 번역 문학이 도착하는 그 국가 언어에 대한 일종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그 나라에 선물을 주는 거죠"라고 말하며, 번역이 일방적인 수출이 아니라 한국어와 도착어 사이의 상호관계임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문학이 단순히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옮겨지는 것을 넘어, 문화와 사유의 교류를 통해 서로에게 가치를 더하는 과정임을 의미했습니다. 김혜순 시인은 최근 몇 년간 국제 문학계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며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그녀는 지난해 시집 '날개 환상통'으로 한국인 최초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ational Book Critics Circle Award)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또한, 2019년에는 시집 '죽음의 자서전'으로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Griffin Poetry Prize)을 받으며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독일 세계 문화의 집(House of World Cultures)이 수여하는 국제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꾸준히 세계 문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녀의 성과는 번역 문학이 단순한 언어 전달을 넘어, 한 작가의 사유와 예술이 국경을 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해외 독자와 소통하며 '시의 영토'

김혜순 시인은 최근 영국에서 낭독회와 인터뷰를 마치고 귀국한 경험을 통해 번역의 의미를 더욱 생생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녀는 현지 낭독회에서 해외 독자들로부터 "당신의 시에서 주어의 자리가 해체되는 것을 보게 된다. 누가 말하고 있는지 분명치 않다"는 질문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시인은 "한국어는 주어가 생략된 경우가 많습니다. 더구나 죽은 자들이 주어를 간직한 채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대답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대화를 통해 그녀는 청중과 함께 "그들 나라 시의 영토를 확장해간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 사람끼리 만나서 시라는 나라의 영토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멀리서 시인을 부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외국 작품의 번역을 통해 한국어의 경계가 얼마나 넓어지고, 우리의 사유가 얼마나 깊고 다양해졌는지 생각한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통찰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번역이 단순히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것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만나 새로운 사유의 지평을 열고, 각자의 언어와 문학이 가진 가능성을 확장하는 중요한 과정임을 역설했습니다. 시인의 언어와 사유가 번역을 통해 국경을 넘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고, 독자들의 인식과 이해를 넓히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한국 문학의 미래, 개별성에 대한 '세밀한 보살핌'

김혜순 시인은 한국 문학의 미래 방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제가 제 문학의 방향도 모르는데 한국 문학의 방향을 어떻게 알겠습니까"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진지한 목소리로 한국 문학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제언을 했습니다. 그녀는 "정책 입안자들이 한국 문학이라는 거시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서 작가, 시인의 개별성을 존중하고 그것을 다각도로 기려주는 세밀하고 면밀한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문학 정책이 거대한 담론에 갇히기보다, 개별 작가들의 고유한 목소리와 창작 활동을 섬세하게 지원하고 육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의미했습니다. 또한, 김 시인은 한국 문학의 집적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굉장히 많이 번역되는 것에 비해 이상 등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덜 번역되는 느낌이 있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 활성화에 있어 세대 간의 균형과 다양한 작가층에 대한 번역 지원의 필요성을 시사했습니다. 그녀는 "한국 문학 전체를 조감할 능력이 저에겐 없습니다. 만약에 조감한다 하더라도 중요하고도 주변적인 우수리가 떨어져 나갈 거예요. 그럼 너무 미안하죠. 대답할 수 없다는 말을 이렇게 길게 하는 거예요"라고 웃으며 마무리했습니다. 김혜순 시인의 이러한 발언은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과 함께, 문학의 본질적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