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내면의 감정들에 정확한 언어를 부여하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 책은 감정의 미묘한 차이를 탐구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힘을 길러줍니다.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언어의 힘
7월, 기말고사가 한창인 학교는 조용하고 가라앉은 분위기였습니다. 학생들에게 '기운 내자, 시험 잘 보자, 너무 긴장하지 말자'는 말이 행여 공허한 잔소리로 들릴까 주저하다 보면, 입에 머금던 말들이 기화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음을 잘 전달하는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학업으로, 친구와의 갈등으로, 속 시끄러운 고민들로 힘든 일상을 버티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자주 듣는 말은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그냥요, 그런 것 같긴 한데요…"였습니다. 무언가가 불편하고 속상한데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어떤 것이 마음에 걸림돌이 되어 얹혔는지 정확히 모르는 듯했습니다. 마음을 전달하고 표현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우리의 표현 방식은 언어와 행동입니다. 아무리 숨겨도 '삐죽'대며 행동으로 드러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왜 그랬는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곤 합니다.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할 때, 우리는 '내가 그렇지 뭐' 하며 위축되고 맙니다. 그러나 우리 안에 꽉 찬 마음을 알아차리기만 해도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마음을 표현하는 언어를 배운다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요? "아,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쓸쓸함, 무료함, 공허함, 평화' 중 '무료함'이었구나"라고 알아 가면 마음 정리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2008년, 마음산책)은 바로 이렇게 마음을 표현하는 언어를 정리한 특별한 사전입니다. 김소연 시인은 이 책에서 마음의 낱말들을 모으고, 감성과 직관으로 헤아린 것들을 정확한 언어로 표현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이 느끼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에 이름을 붙이고, 그 감정의 본질을 이해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단순히 단어를 아는 것을 넘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중요한 첫걸음이었습니다.
감정의 미묘한 차이를 탐구하는 즐거움
'마음사전'은 감정 단어들의 미묘한 차이를 섬세하게 분석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호감'이라는 감정 아래 '존경, 동경, 흠모와 열광, 옹호, 좋아하다, 반하다, 매혹되다, 아끼다, 매력, 보은, 신뢰' 등 다양한 단어들이 존재합니다. 주변의 다정하고 현명한 선생님들을 보며 '반하다'와 '매혹되다' 중 어떤 단어가 더 적절할지 고민하는 과정은 감정의 깊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김소연 시인은 '반하다'를 "순도 백 퍼센트 감정에만 의존된 선택"으로, "순식간에 이루어지지만, 그리 쉽게 끝나지는 않는" 감정으로 설명했습니다. 반면 '매혹되다'는 "홀림이 근거를 찾아 나선 상태"로, "근거들의 수집이 충분히 진행된 상태"이므로 "즐길 만하고 떠벌리고 싶은 것"이라고 구분했습니다. 이러한 설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 어떤 특성과 깊이를 가지는지 섬세하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유쾌, 상쾌, 경쾌, 통쾌'와 같은 유사한 감정 단어들을 구분하는 모둠토의는 학생들에게 큰 흥미를 유발했습니다. 학생들은 '통쾌'를 "뭔가 응징을 했을 때 느끼는 감정"으로, '복수'의 느낌이 있다고 정의했습니다. '상쾌'는 화장실에 다녀왔을 때처럼 시원한 느낌으로, '유쾌'는 유머가 섞인 즐거움으로, '경쾌'는 활기찬 걸음걸이처럼 타인의 행동을 보고 느끼는 마음으로 구분했습니다. '마음사전'은 이러한 단어들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유쾌한 사람은 농담을 적절하게 잘 활용하며, 상쾌한 사람은 농담에 웃어줄 줄 알며, 경쾌한 사람은 농담을 멋지게 받아칠 줄 알며, 통쾌한 사람은 농담의 수위를 높일 줄 안다." 이처럼 '마음사전'은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넘어, 각 감정이 가진 미묘한 뉘앙스와 맥락,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삶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탐구합니다. 이는 독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보다 정확하게 인지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도 기여했습니다.
'마음사전', 삶을 위한 인문학적 길잡이
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은 단순한 감정 단어의 나열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인문학적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기말고사 같은 큰 파도가 쓱 지나간 자리에 공허와 게으름이 남을 때, 이러한 감정의 언어를 탐구하는 과정은 자신을 이해하고 마음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책은 '잘 모르겠는, 그냥 그런 것'을 보다 분명하게 알려주고 고찰하게 하는 것이 인문학의 힘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특히 유용합니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정확히 표현할 단어를 찾는 과정을 통해 괴로움을 해소하고, 자신의 마음을 분명하게 인지하며 고찰할 수 있습니다. '쓸쓸함', '무료함', '공허함' 등 정확한 낱말로 감정에 이름을 붙이면,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내면과 깊이 소통할 수 있게 됩니다. '마음사전'은 독자들이 자신의 감정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까지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줍니다. 이는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더 지혜롭게 소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인문학은 때로 어렵고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마음사전'처럼 일상생활과 밀접한 감정을 다루는 인문학은 우리 삶에 직접적인 도움을 줍니다. 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은 살 만한 인생을 위해 한 번쯤 읽어 두면 도움이 될 책으로 강력히 추천됩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내면의 감정들을 찾아내고, 그 감정들에 이름을 붙이며,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감정의 언어를 익히는 것은 곧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며, 더 나아가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여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