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과감한 제언을 내놓았습니다. 첨단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국가가 투자금의 절반을 부담해야 하며, 심각한 인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조직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술 패권 경쟁과 국가의 투자 역할 강조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쥐는 것'을 꼽았습니다. 그는 지금의 국제 정세를 '첨단 기술 패권 경쟁 시대'로 규정하며, 이러한 경쟁에서는 오직 1등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단언했습니다. 한국이 세계 경제에서 명함을 내밀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약 30개의 미래 경제 핵심 기술 분야 중 적어도 5개 분야에서는 세계 1등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규모의 연구 개발(R&D)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첨단 과학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수천조 원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성공 확률은 50% 정도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높은 리스크와 막대한 자금 부담을 민간 기업 혼자서 모두 떠안기는 어렵기 때문에, 미국, 중국, 일본 등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주요 국가들은 정부가 투자금의 절반가량을 보조해 주는 방식으로 R&D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전 의장은 정부가 R&D 투자금의 절반을 부담하는 것이 단순히 기업에게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연구 과정에서 나오는 부수적인 기술들을 국가 경제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매우 효과적인 R&D 지출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정부의 R&D 지원이 세계에서 가장 약한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이러한 지원 부족 때문에 어렵게 확보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원전 등 세계 1위 기술들을 오히려 중국에 뺏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일부에서 반도체와 같은 특정 산업을 지원하는 것이 대기업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 김 전 의장은 한국만 아직까지 일차원적인 '공평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기술 우위가 있는 분야에서 '초격차'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유일한 방법이며, 이는 특정 대기업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투자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R&D 예산 집행 과정에서의 방만함이나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외환 위기 상황에서도 R&D 투자를 늘렸던 사례를 언급하며, 연구자 개인이 아닌 기관을 지원하는 한국의 제도적 특성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낭비는 인정하고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구 위기 대응 위한 정부 조직 개편 시급성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3% 회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인구 문제' 해결을 꼽았습니다. 그는 한국은 인적 자원 외에는 특별한 자원이 없는 나라이므로, 지속적으로 인적 자원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출산율 제고와 함께 각 분야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인구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조직의 과감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김 전 의장은 한국에서 가장 빨리 개혁해야 할 부처로 보건복지부를 지목했습니다. 보건과 복지를 하나의 부처가 담당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고 설명하며, 보건복지부를 해체하여 보건 부문과 복지 부문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복지 부문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여성가족부 등 인구 문제와 관련된 기존 조직들을 전부 합쳐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경제와 사회 영역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인구 관련 정책을 이 새로운 부처가 총괄하고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건 부문은 바이오 산업이 급성장하는 추세에 맞춰 식품, 위생, 감염병, 의학, 약학 등을 담당하는 '보건위생부'로 분리하여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인구 문제 해결의 중요한 부분인 외국인 근로자 유치 문제 역시 법무부에서 인구전략기획부로 소관 부처를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검찰이 이민법을 불법 체류자나 범죄자 양산을 막는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외국인 근로자를 내보내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업의 인력 수요에는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인구전략기획부가 외국 인력 유치 및 활용 정책을 총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세계적으로 효과적인 직업 교육 기관으로 평가받는 한국폴리텍대학을 적극 활용하여 외국 인재를 교육하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이미 캄보디아에서 현지 인재를 교육하고 현지 진출 한국 기업이 채용한 후 우수 인재를 본사로 데려오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모델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구 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조직 개편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인재 확보와 정책 추진 방식 제언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고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S급 글로벌 인재'를 한국으로 유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석박사급 엔지니어들은 평균 연봉이 5억 원 정도에 달하며, 이들이 원하는 수준의 생활 환경을 모두 만족시키는 곳은 현재 수도권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인재들의 수요를 잘 파악하고 유치에 성공한 나라로 영국을 꼽으며, 수도 런던에 유럽 최대 스타트업 및 디지털 기업 클러스터인 '테크 시티'를 만든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프랑스와 일본 역시 수도 근교에 첨단 산업을 집중시킨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전 의장은 한국도 수도권에 세계 1위를 노리는 분야의 기업과 인재를 집중적으로 유치하는 'R&D 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는 인재들이 모여 시너지를 창출하고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입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전국을 5개의 초광역권과 3개의 특별자치도로 재편하는 지역 균형 발전 공약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거점 도시 하나를 만들어 독자적인 경제권을 키우는 데는 30~40년이 걸리는 긴 시간이 필요하며, 인재를 지역으로 분산하려 해도 최고 수준의 연구 인력은 판교까지밖에 내려가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실천 가능한 지역 균형 발전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법안들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도 제언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원샷'으로 한 번에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스텝 바이 스텝'으로 단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노동계와 경영계 간의 쟁점인 노란봉투법의 경우, 노조가 하청업체 근로자의 원청 기업에 대한 교섭권을 인정하는 2조를 양보하고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3조만 먼저 고치는 식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상법 개정안 역시 6~7개의 쟁점 가운데 상대적으로 논란이 적은 2개를 먼저 고치고, 이후 하나씩 수정해 나가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는 복잡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실용적이고 점진적인 접근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었습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이러한 제언들은 다가올 새 정부가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