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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속의 문', 꿈과 현실을 묻다

by gugjinjang1 2025. 6. 24.

영국 SF 소설의 거장 H.G. 웰스의 단편 '벽 속의 문'이 SF 1인극 '문 속의 문'으로 각색되어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랐습니다. 강남 작가와 이준우 연출가가 협력하여 꿈과 현실의 경계, 그리고 문을 갈망하는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탐구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습니다.

 

 

벽 속의 문
SF 1인극

 

꿈과 현실을 잇는 SF 1인극

최근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는 SF 1인극 '문 속의 문'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영국 SF 소설의 거장 허버트 조지 웰스가 1906년에 발표한 단편 '벽 속의 문'을 각색한 것입니다. '문 속의 문'은 오는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관객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이 작품을 각색한 강남 작가는 "어렸을 때 비 맞는 걸 참 좋아했는데, 무선 이어폰을 산 뒤론 고장이 날까 봐 비를 피하게 되더라고요. 잃을 게 많아질수록 '문(門)'을 열 수 없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잃을 것'의 가치가 정말 클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라고 말하며 작품의 기획 의도를 설명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것들이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여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현실을 꼬집는 듯했습니다. 강남 작가와 이준우 연출가는 "문을 갈망하는 인간의 심리를 표현한 독특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며, 이번 공연이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이번 공연은 세종문화회관이 '경계 없는 무대, 한계 없는 시도'를 주제로 실험적인 예술을 릴레이로 선보이는 '싱크 넥스트(Sync Next)'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싱크 넥스트는 2022년부터 시작되어 테크노,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다채로운 공연들을 선보이며 실험적인 예술의 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웰러스와 레드먼드의 내면을 탐구

원작 '벽 속의 문'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다섯 살의 웰러스는 어느 날 벽에서 신비로운 녹색 문을 발견하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문 안에는 커다란 정원이 펼쳐져 있었고, 그곳에서 표범과 공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는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겪은 웰러스의 신비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문에서 나온 뒤 가족에게 이 이야기를 했지만, 가족들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며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이후 웰러스는 엘리트 정치인으로 성장하지만, 가끔 또 다른 문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그 문을 열 만한 여유도, 용기도 잃어버린 탓에 한 번도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공연 '문 속의 문'은 이러한 원작의 핵심 줄기를 가져오면서도, 정치인 웰러스의 실종 이후 남겨진 그의 친구 레드먼드의 기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배우 한 명이 웰러스와 레드먼드 역을 오가며 펼치는 내면 연기가 이 작품의 중요한 볼거리입니다. 강남 작가는 "가고 싶었던 문을 열지 못한 웰러스와 문을 본 적조차 없는 레드먼드의 차이가 흥미로웠다"며, "특히 존재하지 않는 문에 대한 기억을 믿어야 하는 레드먼드의 감각을 쫓아보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준우 연출가는 "문은 어린 시절의 좋았던 기억, 잃어버린 꿈 등 많은 것들을 상징한다"며, "굵은 서사가 중요했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이 공연은 인물의 태도나 내면 묘사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꿈과 현실, 기억과 상상 사이의 경계를 탐색하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베테랑 창작진의 시너지와 미래 비전

'문 속의 문'을 만들어낸 강남 작가와 이준우 연출가는 공연계에서 이미 상당한 경력을 쌓아온 젊은 예술가들입니다. 강남 작가는 데뷔작인 뮤지컬 '호프'(2019년)로 이듬해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8관왕을 휩쓸며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이준우 연출가는 연극 '붉은 낙엽'으로 2021년 대한민국연극대상과 2022년 동아연극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입증했습니다. 두 사람은 2022년 뮤지컬 '동네'에서도 함께 작업하며 찰떡같은 호흡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강남 작가는 이준우 연출에 대해 "질문이 날카롭고 정확하다"고 평했고, 이준우 연출가는 강남 작가의 글에 대해 "미사여구나 과장이 없어 좋다"고 말하며 서로의 강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동네'에서 두 사람과 호흡을 맞췄던 김효은 작곡가도 이번 공연에 참여하여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음악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번 '문 속의 문' 공연은 2026년 정식 초연을 목표로 개발 중인 작품의 일환입니다. 이번 무대에서는 실험적인 영상과 대본 낭독이 포함되어, 관객들은 극의 창작 과정을 미리 엿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강남 작가는 "예전엔 극을 쓰면서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지 고민했는데, 지금은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각자의 문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준우 연출가 역시 "이번 공연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내면을 비추는 무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창작진들이 관객들에게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작품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각자의 삶 속에서 '문'의 의미를 찾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었습니다. '싱크 넥스트 2025'는 8월 4일부터 9월 6일까지 열리며, '문 속의 문' 외에도 18개 아티스트 팀이 테크노와 무용, 연극 등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다채로운 공연을 펼칠 예정입니다. 이번 공연은 한국 창작 뮤지컬과 연극계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창작진들의 역량과 비전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