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 지역 주요 대단지 아파트 10곳 중 9곳에서 올해 들어 역대 최고가 거래가 이루어졌습니다. 집값 상승세가 비강남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대출 규제 강화 전 '영끌' 수요까지 더해져 과열 양상을 보였습니다.
서울·경기 주요 단지 신고가 행진
최근 서울과 경기 지역의 주요 대단지 아파트 시장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본보 취재팀이 KB부동산이 선정한 '선도 아파트' 50곳 중 국민 평형(전용면적 84㎡) 거래가 있는 42곳의 실거래 가격을 분석한 결과, 무려 37곳, 즉 88.1%의 단지에서 올해 들어 역대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신고가'를 경신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서울과 경기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매우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지표였습니다. 올 초에는 서울 강남권 일부 지역에 집중되었던 집값 상승세가 새 정부 출범 직전부터 점차 확산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강남 지역뿐만 아니라 비강남 지역의 주요 대단지들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거 집값 상승기에도 강남권이 먼저 움직인 후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패턴을 보였는데, 현재 상황이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신고가 거래가 이루어진 37곳의 아파트 단지는 올해 1월에서 2월 사이의 최고가와 비교했을 때 평균 3억 7365만 원이 상승했습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수억 원씩 가격이 뛰었다는 것은 시장의 과열 정도를 짐작하게 했습니다. 이 가운데 21곳(56.8%)은 5월 이후에 신고가 거래가 이루어진 것으로 조사되어, 최근 들어 집값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상승한 단지는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 원베일리였습니다. 1월에 56억 7000만 원에 거래되었던 가격이 3월에는 70억 원까지 치솟으며 무려 13억 3000만 원이 뛰었습니다. 강남구 대치동의 래미안 대치 팰리스 역시 1월 40억 원에서 5월 43억 5000만 원으로 3억 5000만 원 상승했으며, 마포구 아현동의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도 21억 원에서 22억 5000만 원으로 가격이 올랐습니다. 이러한 주요 단지들의 신고가 경신은 주변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며 전반적인 집값 상승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부동산 시장 상황이 서울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던 2018년 당시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대출 증가와 '영끌' 수요
서울 아파트 가격이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배경에는 대출 증가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음 달부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될 예정이어서,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수요자들이 규제 시행 전에 미리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움직임, 이른바 '영끌'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끌' 수요 증가는 가계 대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가계 대출 잔액이 눈에 띄게 불어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지난 6월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2일 기준 가계 대출 잔액은 750조 792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1조 9980억 원이 늘었습니다. 이는 약 2조 원 가까운 금액이 불과 보름 만에 증가한 것입니다. 지난해 8월 가계 대출 증가 폭이 9조 6259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이후, 9월부터 당국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가계 대출 증가세는 둔화되었습니다. 올해 1월에는 4672억 원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월에 3조 931억 원 증가하며 반등한 이후, 3월(1조 7992억 원), 4월(4조 5337억 원), 5월(4조 9964억 원)까지 꾸준히 증가 폭을 키워왔습니다. 특히 이달 들어 12일까지의 일평균 가계 대출 증가액은 1665억 원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월간 증가 폭이 최대였던 지난달(1612억 원)을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즉, 최근 들어 가계 대출 증가 속도가 다시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다음 달 DSR 규제 강화 전에 서둘러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대출을 통해 주택 구매 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택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고, 이는 곧 집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대출 규제 강화 예고가 오히려 단기적인 '영끌' 수요를 자극하며 집값 상승세를 부추기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금융 당국 긴급 대응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와 더불어 가계 대출 증가 폭까지 다시 커지자 금융 당국이 긴급 대응에 나섰습니다. 금융 당국은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6일, 금융 당국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전 은행권의 가계 대출 담당 부행장들을 긴급하게 소집하여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의 집값 급등과 가계 대출 증가세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금융 당국은 은행들에게 가계 대출 관리의 고삐를 더욱 조일 것을 주문하고, 다음 달 시행될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시장에 제대로 안착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을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금융 당국은 가계 부채 증가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보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습니다. 특히 주택 구매와 관련된 가계 대출 증가는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민감하게 보고 있습니다. 이번 긴급 간담회는 최근의 시장 상황이 금융 당국의 예상보다 빠르게 과열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었습니다. 다음 달 DSR 규제 강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그 전에 '영끌' 수요가 몰리면서 오히려 단기적인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금융 당국이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금융 당국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은행들의 대출 심사를 더욱 강화하고, 가계 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논의했을 것입니다. 또한, 시장 참여자들에게 대출 규제 강화에 대한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고, 과도한 '영끌'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입니다. 앞으로 금융 당국이 가계 대출 관리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어떤 추가적인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대출 규제 강화와 시장의 반응이 맞물리면서 서울과 경기 지역 아파트 시장의 향방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