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술 업계에서는 스스로 복잡한 업무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AI 에이전트'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생산성을 크게 높여 '진짜 돈이 되는 AI'로 평가받으며 다양한 산업에서 도입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웃바운드 영업, 고객 상담, 협상 등 여러 분야에서 인간 수준의 성과를 내는 AI 에이전트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기술 발전과 함께 서비스 비용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벤처캐피털들은 AI 에이전트가 새로운 SaaS 시장을 형성하며 큰 투자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동시에 '디지털 인력'이라는 표현처럼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란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 왜 주목받는가
요즘 기술 업계의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바로 'AI 에이전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엔비디아 같은 AI 분야 선도 기업들이 앞다퉈 '에이전틱 AI'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죠. 여기서 AI 에이전트란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처럼, 복잡한 작업을 단독으로 해결하는 AI를 의미합니다. 인간의 조작 없이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목표를 달성하는 '디지털 직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AI 에이전트가 서로 협력하여 하나의 팀처럼 작동할 때는 '에이전틱 AI'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가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생성형 AI 도구들은 대체로 인간의 지시에 따라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코파일럿(부조종사)'에 가깝지만, AI 에이전트는 보다 복잡하고 다단계적인 문제를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오토파일럿(자동조종)'과 같은 개념입니다. 이러한 AI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그동안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AI의 일자리 대체'가 더욱 현실적인 미래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미래에는 모든 회사의 IT 부서가 AI 에이전트의 인사 부서처럼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IT 부서가 인간 직원을 관리하듯, AI 에이전트를 채용하고 교육하며 업무를 맡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기술 업계가 이처럼 AI 에이전트를 강조하는 데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진짜 돈이 되는 AI'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을 넘어, 기업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구독할 만한 가치를 제공하려면 AI가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특정 업무 전체를 맡아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로 그 지점을 AI 에이전트가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것이 현재 기술 기업들이 AI 에이전트 개발과 확산에 집중하는 핵심 동기입니다.
현실에 적용된 AI 에이전트 사례와 비용
AI 에이전트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치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시기처럼, 현재 수많은 AI 에이전트 서비스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면 그 쓰임새와 발전 속도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 스타트업 11x는 '앨리스'라는 이름의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앨리스는 잠재 고객을 발굴하여 개인화된 메시지를 보내고 이메일에 답장하는 등 아웃바운드 영업 업무를 담당합니다.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능성 있는 고객을 찾아내고, 각 대상에게 맞는 어조와 내용으로 소통하며, 105개 언어를 구사하여 전 세계 고객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11x 측은 앨리스가 인간 직원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주장하며, 이미 50곳의 유료 고객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호주의 릴리번스 AI 역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스스로를 'AI 인력 본거지'라고 소개합니다. 이들은 아웃바운드 영업, 고객 상담, 연구원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팀을 기업이 구축하도록 돕습니다. 아일랜드의 유니콘 기업 인터컴은 고객 상담 전문 AI 에이전트 '핀'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키워드 기반 AI 챗봇과 달리, 핀은 마치 똑똑한 인간 상담원처럼 개인화되고 '인간적인 수준'의 응답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45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하며, 기업별 음성 톤과 답변 길이까지 맞춤 제공합니다. 인터컴은 핀이 고객 지원 문의의 50%를 즉시 해결한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미국 스타트업 팩텀은 기업 구매팀의 협상 업무를 자동화하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했습니다. 월마트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수많은 공급업체와의 개별 협상 중 일부를 팩텀의 AI가 담당하여 계약 분석, 협상안 마련, 실제 협상 진행까지 수행합니다. AI가 동시에 수천 건의 협상을 처리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AI 에이전트의 도입을 고려할 때 중요한 요소는 비용입니다. 11x의 음성 기반 AI 에이전트 '앨리스'는 시간당 12달러(약 1만 6천 원)의 요금이 발생합니다. 이는 웬만한 국가의 시간당 최저임금보다는 비싼 가격이지만, AI가 여러 사람 몫의 업무를 해낼 수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인터컴의 AI 상담사 '핀'은 상담으로 문제가 해결된 건에 대해 건당 0.99달러(약 1천 370원)를 받습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비용 없이 인간 상담원에게 연결됩니다. 아직은 비용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시장이 커지고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서비스 비용은 점차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일례로 기업용 AI 에이전트 시장의 선두 주자인 세일즈포스는 최근 일부 서비스 이용료를 기존 작업당 2달러(약 2천 7백 원)에서 건당 10센트(약 138원)로 대폭 인하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AI 에이전트 서비스의 대중화를 앞당기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투자 기회인가 일자리 위협인가
마케팅, 고객 지원, 연구는 물론 채용, 입찰, 채권 추심, 의료비 청구에 이르기까지, AI 에이전트 서비스는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들은 의료, 금융, 유통 등 특정 산업에 특화된 '버티컬 AI 에이전트' 시장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러한 버티컬 AI 에이전트는 AI 기술을 통해 가장 빠르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실제 벤처캐피털(VC)들이 큰 관심을 보이며 투자하고 있는 대상 역시 이러한 버티컬 AI 에이전트 분야입니다. 미국의 유명 벤처캐피털인 Y 컴비네이터의 파트너들은 버티컬 AI 에이전트가 과거 20년간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것처럼, 앞으로 새로운 SaaS가 되어 훨씬 더 큰 규모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기업의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키는 AI 에이전트 서비스는 기업 입장에서 매우 매력적인 제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AI 에이전트의 부상은 마냥 긍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수 없는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앞에서 소개한 AI 에이전트 스타트업들이 흔히 사용하는 문구, 즉 '인간의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인력'이라는 표현은 상당한 찜찜함을 남깁니다. 이는 노골적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겠다는 선언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AI 에이전트의 붐이 '대단한 투자의 기회'라는 기대와 동시에 '일자리 위협'이라는 우려를 낳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흥미로운 아이러니는 AI 기술 혁명이 모든 산업을 뒤흔들 것이라며 투자에 열을 올리는 바로 그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도 AI 에이전트에 의해 인간 인력이 대체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AI 에이전트가 가져올 미래 변화가 특정 산업이나 직군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합니다. 결국 우리는 AI 에이전트의 발전이 가져올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기회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동시에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일자리 변동에 어떻게 대응하고 대비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