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해방촌의 작은 주막 '윤주당' 윤나라 대표가 책을 통해 우리 전통주에 담긴 깊은 의미를 전했습니다. 전통주는 빚는 사람에게 계절의 변화와 함께 '산다'는 감각을 일깨워주며, 한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술로서 그 가치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계절을 담은 전통주, 삶의 감각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 위치한 작은 주막 '윤주당'의 윤나라 대표가 최근 책 '윤주당의 사계절 막걸리 레시피'를 발간하며 우리 전통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윤 대표는 우리 전통주가 1년 열두 달 내내 빚어지는 술이며, 술을 빚는 사람에게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하고 '산다'는 감각을 일깨워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전통주가 단순한 음료를 넘어 삶의 리듬과 자연의 순환을 담고 있는 문화적 산물임을 강조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래퍼 빈지노가 윤주당에서 막걸리 빚기를 배우고 '침대에서/막걸리'라는 노래를 만들었을 정도로, 좋은 막걸리 한 잔은 '살아 있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윤 대표의 신간은 딸기, 솔잎, 아카시아, 연잎, 오미자, 참외, 더덕, 유자, 석류 등 계절마다 나는 다양한 재료들을 막걸리 부재료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넣으면 안 되는 것이 있나'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재료들이 사용되는데, 윤 대표는 우리나라에 다양한 먹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에 원래 그때그때 나는 제철 재료를 넣어 술을 빚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탁주에 과일 등을 넣어 만드는 것이 요즘 생긴 문화가 아니라 예전부터 이어져 온 전통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전통주가 자연의 풍요로움을 담아내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 살아있는 술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윤주당은 종로구 운니동에 위치한 '윤주당 브루어리'(양조장)에서 전통 누룩만을 사용하여 막걸리를 빚고 있습니다. 입국(특정 누룩균을 배양한 당화제)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 누룩으로만 술을 빚는 방식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다양한 효모균이 술맛에 영향을 미쳐 동네마다, 집마다 다른 독특한 술맛을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100일을 발효하고 석 달을 숙성한 윤주당의 여러 탁주들은 풍미가 다양하고 운치가 있었습니다.
전통주, 문화의 힘을 강조
윤나라 대표는 우리 전통주가 단순한 술을 넘어 한국 문화의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우리 음악, 영화, 드라마, 음식이 세계로 나아가는데, 여전히 고급한 행사장에서 다른 나라 술로 축배를 드는 것은 기묘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상황에서, 한국의 술 문화 역시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아야 비로소 문화에 진정한 힘이 있다고 할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과세 목적으로 조사했을 때 전국에 양조장이 1만 5000개에 달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양조장이 커피숍만큼 많아진다면 그만큼 술맛도, 우리 문화도 더욱 풍부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표와 전통주의 인연은 처음부터 깊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릴 적 외할아버지의 막걸리 심부름 정도가 전부였다고 합니다. 서울예대 영화과를 졸업한 뒤 공연·문화 기획 분야에서 일하다가 2015년, 2~3년 정도 일을 쉬던 시기에 운명처럼 전통주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구 소식지를 보고 '3개월짜리 막걸리 교실'에 등록한 것이 계기가 되어 전통주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고, 더 깊이 공부한 끝에 2019년 해방촌에 윤주당을 열었습니다. 당시 해방촌에는 와인바, 위스키바, 심지어 모로코 식당까지 있었지만, 전통 누룩 막걸리를 파는 곳은 없었다고 합니다. 윤주당은 낮에는 술 빚기 클래스도 운영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전통주를 배우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윤 대표는 주 인도 한국 대사관, 벨기에 한국문화원, 프랑스 파리 등 해외에서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우리 전통주 빚기를 시연하고 강의하며 한국 술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섰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전통주가 가진 문화적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한국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막걸리 편견 깨고 한식 페어링을 제안
윤나라 대표가 막걸리를 통해 이루고 싶은 가장 큰 사명은 '막걸리는 값싼 술'이라는 편견을 없애는 것입니다. 그는 한식 파인 다이닝에서 음식을 와인과 페어링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전통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전통주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전통주에는 단 술만 있다는 것도 오해라고 지적하며, 전통주의 다양한 맛과 향을 알리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윤 대표는 코스 요리에 전통주를 페어링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안했습니다. 먼저 도수가 낮고 곡향이 은은한 차(茶) 같은 전통주로 시작하여 입맛을 돋우고, 해산물 요리에는 산미가 있는 술을, 고기 요리에는 솔잎이나 연잎을 넣어 탄닌 성분이 있는 약주 등을 마실 것을 권했습니다. 갈비찜과 같은 단맛이 나는 요리에는 단 술이 잘 어울린다고 덧붙였습니다. 식후주로는 혼돈주(소주와 탁주를 섞은 술)나 과하주(過夏酒)처럼 알코올 도수가 낮지 않은 술을 취향에 따라 마시면 좋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러한 페어링 제안은 전통주가 고급스러운 음식과도 잘 어울리며, 다양한 맛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윤 대표는 현재 전통주 관련 법규의 불합리한 점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식 주세법을 따랐던 영향으로, 지금도 원료를 쌀로 하고 일본식 입국을 쓴 술만 '청주'로 분류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우리 맑은 술들이 약재를 넣은 것도 아닌데 '약주'로 분류되는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또한 탁주나 약주에 과실이나 채소류를 녹말 대비 일정량 이상 넣지 못하게 되어 있어, 복분자를 많이 넣고 싶어도 법적으로 제한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불합리한 법은 고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전통주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윤나라 대표는 막걸리에 대한 편견을 깨고, 전통주가 가진 진정한 가치를 알리며, 한식과 전통주가 함께 세계로 나아가는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의 노력은 우리 술 문화의 위상을 높이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발걸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