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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위기, 구조조정 수순

by gugjinjang1 2025. 6. 7.

반도체 업계의 거인으로 불리던 인텔이 창립 56년 역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야심차게 재진출을 선언한 파운드리 사업에서 기술 장벽에 부딪히고, 주력 사업인 CPU 시장은 흔들리며 인공지능(AI) 붐마저 놓쳤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 속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였습니다.

 

 

AI 붐 놓쳐
파운드리 기술

 

 

파운드리 기술 장벽에 발목

오랫동안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온 인텔은 최근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서 기술적인 난관에 부딪힌 것이 큰 원인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인텔은 2021년 3월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과 유럽 등에 총 130조 원이 넘는 막대한 규모의 신규 공장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후발 주자로서 빠르게 경쟁사들을 따라잡기 위해, 인텔은 당초 올해 상반기(1~6월)까지 기존 공정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최첨단 2nm(나노미터, 1nm는 10억 분의 1미터) 공정의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매우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대만의 TSMC에 이어 2위로 도약하겠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올해 4월에는 첨단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네덜란드 ASML의 하이(High)-NA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업계 최초로 도입하며 기술 선도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텔은 약속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2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6월에 들어서야 3나노급 공정에서 자사의 프로세서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힌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상당 부분 지연된 결과였습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대규모 자본 투자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첨단 선단 공정의 안정화를 이루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외부 고객사들을 충분히 유치하는 데 실패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 단위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파운드리 공장의 특성상, 팹 건설 초기 단계부터 어느 정도의 수주 및 양산 계획이 확보되어야 투자가 손해로 돌아오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텔은 기술적인 문제로 고객사 확보가 지연되면서 투자 금액이 그대로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이러한 기술 장벽은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최첨단 공정 기술은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며, 이 부분에서의 지연은 인텔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습니다.

 

 

텃밭 CPU 흔들리고 AI 붐 놓쳐

인텔의 위기는 파운드리 사업의 어려움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인텔의 핵심 사업이자 확고한 '텃밭'이었던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CPU의 새로운 주요 시장으로 떠오른 서버 시장에서 후발 주자인 AMD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며 인텔의 점유율을 잠식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0년 전인 2014년에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AMD의 서버용 CPU 시장 점유율은 올해 23%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었습니다. 반면 한때 9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했던 인텔의 점유율은 71%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이는 인텔이 전통적인 강점을 가졌던 CPU 시장에서도 도전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수치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몇 년간 IT 산업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 붐을 제대로 타지 못한 것도 인텔 위기의 중요한 원인이었습니다. AI 기술 구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은 엔비디아가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인텔은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에 크게 뒤처져 존재감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CPU 시장의 약화와 AI 관련 시장에서의 부진은 인텔의 핵심 사업을 흔들었고, 이는 곧 재무적인 어려움으로 이어졌습니다. 본업에서의 부진이 심화되면서 인텔의 순손실 규모는 더욱 커졌습니다. 1분기(1~3월)에 약 5100억 원 규모였던 순손실 폭은 2분기(4~6월)에는 무려 약 2조 1600억 원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는 인텔이 심각한 재무적 압박을 받고 있으며, 현재의 사업 구조로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였습니다. 파운드리 사업의 지연, CPU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그리고 AI 시대의 핵심 부품인 GPU 시장에서의 부진이라는 삼중고가 인텔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었습니다.

 

 

눈덩이 적자 속 구조조정 불가피

계속해서 쌓여가는 막대한 적자는 결국 인텔에게 대규모 구조조정이라는 선택지를 피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회사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강력한 구조조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하여 겔싱어 CEO가 9월 중순에 열릴 이사회에서 회사의 구조조정안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구조조정안에는 반도체 칩 맞춤 제작을 담당하는 특정 사업부 한 곳을 매각하는 방안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안건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다만, 파운드리 사업부 전체를 대만 TSMC 등 잠재 매수자에게 매각하는 계획은 이번 이사회 안건에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파운드리 사업의 어려움과 막대한 투자 부담을 고려할 때, 향후 파운드리 사업부의 일부 또는 전체 매각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달 이사회 안건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신규 공장 투자를 위한 자본 지출 규모를 더욱 줄이는 계획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이는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생산 지연과 고객사 확보 실패로 인해 재무적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독일에 건설 중인 320억 달러(약 43조 원) 규모의 대규모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완전히 철회하는 계획이 포함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습니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 계획의 철회는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 전략에 큰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자국 내 제조업 부활 계획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인텔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며 자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 강화를 지원해 왔기 때문입니다. 인텔의 위기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미국 산업 정책의 성공 여부와도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인텔은 기술적인 난제, 시장 경쟁 심화, 그리고 재무적인 압박이라는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인텔이 어떠한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고 실행할지, 그리고 이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재도약할 수 있을지 전 세계 IT 및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