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의 대규모 충돌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불안정해지면서 안전자산인 금값이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금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금값, 국내외 최고가 행진
최근 국제 금융 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의 가격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대규모 충돌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금값이 다시 한번 크게 치솟았습니다. 이러한 불안정한 국제 정세는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하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강화했습니다. 국내 금 시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1kg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지난 6월 16일 오전 한때 15만 1810원까지 오르며 거래되었습니다. 이는 전날보다 1310원(0.87%) 상승한 가격으로, 지난 13일에 2.34% 상승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국내 금 가격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 14일 기준 순금 한 돈(3.75g) 가격은 65만 5000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습니다. 이는 불과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무려 56%가량 급등한 수치로, 금값 상승세가 얼마나 가팔랐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국제 금값 역시 최고치를 경신하며 국내 금값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지난 6월 13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된 금 선물 8월물 가격은 트로이온스(약 31.1g)당 3452.8달러에 마감되었습니다. 이는 전날보다 1.48% 상승한 가격으로, 약 두 달 만에 종전 최고가인 3425.30달러를 갈아치우며 새로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국제 금 가격의 이러한 상승세는 글로벌 투자 자금이 위험 자산에서 벗어나 안전 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주식이나 변동성이 큰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금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되었습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금값 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으며,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금을 매수하여 자산을 보호하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국내외 금 가격이 동시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은 현재 금 시장이 매우 강한 상승 동력을 받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금을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나 안전 자산으로 인식하며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습니다.
금값 상승,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
최근 금값 상승은 단순히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뿐만 아니라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분석되었습니다.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안전 자산 선호 심리 강화입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과 같은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은 글로벌 금융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투자자들은 이러한 혼란 속에서 자산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금과 같은 안전 자산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습니다. 금융 시장의 혼란이 커질수록 귀금속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꾸준한 금 매입입니다. 2022년부터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금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하며 금 매입을 지속적으로 늘려왔습니다. 이는 미중 갈등 심화, 세계 경제의 분절화 등 국제 질서의 변화 속에서 외환 보유고를 다변화하고 특정 통화(특히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중앙은행들의 대규모 금 매입은 금 가격 상승에 강력한 지지 기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하반기 미국 달러화의 약세 기조가 예상되는 점도 금 가격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금 가격은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달러화가 약세가 되면 달러화로 표시되는 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효과가 발생하여 금 매수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의지 등으로 하반기 미국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며, 이는 금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이 결합되어 금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끌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 중앙은행 매입, 달러 약세 전망 등이 모두 금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하반기에도 상승 추세 전망
상반기에 금값이 20% 넘게 오르면서 일각에서는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에도 금 가격 상승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금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근거가 여전히 명확하고, 현재의 상승 추세를 하락세로 반전시킬 만한 강력한 요인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기적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수는 있지만, 금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근거가 명확하고 추세를 하락 반전시킬 만한 트리거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금 가격이 하반기에도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하반기 금 가격 밴드를 온스당 3000달러에서 3700달러 내외로 예상했습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이 긴축으로 선회하지 않는 한 귀금속 섹터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이 하반기에도 유효하다고 밝혔습니다. 즉,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거나 긴축적인 통화 정책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금과 같은 귀금속에 대한 투자 매력이 유지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는 무디스발 미국 신용 등급 강등 여파 속에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외환 보유고 다변화)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가 신용 등급 하락 가능성이나 특정 국가 통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수록 중앙은행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금을 매입하여 자산 안정성을 높이려 하기 때문입니다. 황 연구원은 향후 12개월 금 가격 목표를 온스당 3600달러에서 4000달러까지 제시하며 상당한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는 현재 가격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금 가격이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까지 언급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의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은 하반기에도 금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금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습니다. 물론 투자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현재까지는 금 가격 상승을 지지하는 요인들이 하락 요인보다 우세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