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높은 분양가와 가점 부담, 혜택 강화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현상과 배경을 살펴보았습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 감소세
최근 국내 주택 청약 시장의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이 발표한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5년 5월 말 기준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39만 3790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불과 한 달 전인 4월 말(2641만 8838명)과 비교했을 때 2만 5048명 감소한 수치였습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청약저축, 청약부금, 청약예금 등 모든 유형의 청약통장을 합산한 결과였습니다. 이러한 감소 추세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이어져 온 현상이기도 했습니다. 2년 전인 2023년 5월(2740만 6578명)과 비교하면 무려 101만 2788명이나 적고, 1년 전인 지난해 5월(2693만 7389명)보다도 54만 3599명 감소한 결과였습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022년 6월 2859만 9279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난 2월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습니다. 2년 9개월 만인 지난 3월에 4672명 소폭 반등하며 잠시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지만, 한 달 만인 4월에 4533명 감소하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후 5월까지 2개월 연속 줄었습니다. 이러한 꾸준한 감소세는 부동산 시장의 특정 상황과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되었습니다. 특히 주택 유형별로 살펴보면 주택청약종합저축이 2512만 1186명으로 가장 많았고, 청약저축 31만 8772명, 청약부금 13만 3976명, 청약예금 81만 9856명 순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모든 유형에서 가입자 수 감소가 나타났습니다.
높은 분양가와 당첨 부담이 원인
청약통장 가입자들이 이탈하는 주된 이유로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서울 등 수도권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가 계속해서 치솟고 있다는 점입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등으로 인해 분양가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자들에게 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높은 분양가는 청약 당첨 시 필요한 계약금 및 중도금, 잔금 마련 계획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인기 있는 단지의 경우 청약 당첨을 위한 가점 하한선(커트라인)이 점점 높아지면서, 가점이 낮은 젊은 층이나 무주택 기간이 짧은 사람들은 사실상 1순위 당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 등에 따라 결정되는데, 신축 인기 단지에는 만점 가까운 가점을 가진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일반적인 가점으로는 명함도 내밀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차피 당첨되기 어려워서' 굳이 매달 돈을 납입하며 청약통장을 유지해야 하나'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청약통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청약통장 월 납입 인정 금액을 40여 년 만에 기존 1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도 일부 청약 대기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매달 납입해야 하는 금액이 늘어나면서 특히 2030 젊은 세대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졌고, 이는 청약통장 유지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졌을 수 있습니다. 납입 금액을 늘려야 가점을 더 빨리 쌓을 수 있지만, 당장의 생활비 부담 속에서 매달 25만 원씩 납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청약통장 가입자 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2순위 가입자 유입과 정부의 노력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감소했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흥미로운 변화도 나타났습니다. 가입 기간이 길고 가점이 높은 1순위 가입자 수는 1752만 9415명에서 1749만 8896명으로 3만 519명 감소하며 이탈세가 이어졌습니다. 이는 오랫동안 청약통장을 유지해 온 기존 가입자들 중 일부가 당첨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거나 다른 투자처로 눈을 돌리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입 기간이 짧고 가점 부담이 덜한 2순위 가입자 수는 888만 9423명에서 889만 4894명으로 5471명 증가했습니다. 이는 5개월 연속 증가한 수치였습니다. 특히 주택청약종합저축 2순위 가입자는 879만 2598명으로, 지난 1월(872만 4815명)부터 5개월 연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1순위 당첨이 어렵다고 판단한 일부 수요자들이 2순위 청약으로 눈을 돌리거나, 새롭게 청약 시장에 진입하는 젊은 층들이 2순위 가입자로 유입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2순위 청약은 1순위보다 가점 부담이 적고 경쟁률이 낮은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당첨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수요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서울 591만 6025명, 3기 신도시 등이 포함된 인천·경기 830만 1084명, 5대 광역시 475만 5931명, 기타 지역 614만 8146명으로, 전반적으로 한 달 전보다 감소했습니다. 다만 2순위 가입자는 지역별로 편차를 보였습니다. 2순위 서울 가입자 수는 215만 8151명에서 215만 7935명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인천·경기 가입자 수는 241만 2538명에서 241만 5449명으로 소폭 증가했습니다. 정부는 청약통장 납입금으로 조성되는 주택도시기금의 규모가 줄어드는 것을 막고 청약통장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혜택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청약통장 소득 공제 한도를 연 24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늘리고, 청약통장 금리 상향, 세액 공제 확대, 미성년자 납입 인정 기간 확대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청년이나 신혼부부가 청약에 당첨될 경우 3억 원에서 4억 원까지 저리로 대출해주는 '청년 주택 드림 대출' 상품도 출시하며 청약 당첨자들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려 했습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청약통장 가입자 수 변동 추이가 부동산 시장 심리와 청약통장 혜택 증대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을 것이며, 6월까지의 데이터를 면밀히 살펴야 보다 명확한 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정부의 혜택 강화 정책이 청약통장 가입자 수 감소세를 막고 다시 증가세로 전환시킬 수 있을지 주목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