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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고망간강, 혁신을 이끌었습니다

by gugjinjang1 2025. 7. 9.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극저온용 고망간강은 액화천연가스(LNG) 산업의 판도를 바꿀 혁신적인 신소재입니다. 이 신소재는 영하 196도에서도 깨지거나 마모되지 않는 특성을 가졌습니다.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이뤄낸 포스코의 기술 도전기를 조명했습니다.

 

보온로의 기적
꿈의 신소재

 

 

꿈의 신소재, 고망간강의 탄생

포스코가 극저온용 고망간강 개발에 착수한 것은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에 이어 2007년 발리 로드맵이 제시되면서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강화되는 추세였습니다. 이러한 환경 규제 강화는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석탄 수요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LNG 수요를 늘릴 것으로 전망되었습니다. 이에 포스코 기술연구원은 레드오션인 기존 시장을 대체할 '블루오션 테크놀로지(BOT)'를 찾던 중 고망간강을 연구 과제로 선택했습니다. 당시 LNG를 운반하거나 저장하는 탱크는 주로 304스테인리스강, 9%니켈강 또는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특히 니켈은 특정 지역에서만 채굴되어 가격이 비싼 단점이 있었습니다. 반면 망간은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했습니다. 만약 극저온에 강한 고망간강을 개발한다면 LNG 탱크 제조원가를 10% 이상 절감할 수 있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2007년, 미국에서 금속재료 연구로 박사학위를 마무리하던 이순기 포스코 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에게 "고망간강을 만들어 보지 않겠습니까?"라는 제안이 전달되었습니다. 그는 기술연구원에 들어와 1990년대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고망간강 연구 결과를 토대로 1년간 기초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되겠다"는 확신을 얻은 그는 망간 합금 비율 실험에 착수했습니다. 십몇 %부터 시작해 무수한 망간 성분 조합 데이터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여 최적의 가능성이 있는 몇 가지 조합을 도출했습니다. 이후 연구실에서 쇳물 50kg에 각각의 비율로 망간을 넣어 시편을 제작하고, 극저온용 소재의 필수 특성인 '충격 인성', 즉 극저온에서 얼마나 잘 깨지지 않는지, 그리고 용접은 잘 되는지 등 각종 특성을 테스트했습니다. 그 결과 최적의 망간 비율은 24%로 결정되었습니다. 세계에 없던 고망간강을 개발하는 중이었기에 참고할 만한 대상은 없었지만, 내부 동료 평가와 생산 현장 검토를 통해 24% 망간강 개발을 추진했습니다.

 

 

생산의 벽을 넘다: 보온로의 기적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지만, 이를 대량 생산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펄펄 끓는 쇳물 180톤에 망간을 70톤 가까이 부어야 하는데, 차가운 망간 광석을 넣으면 쇳물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온도가 떨어지면 순도 높은 고망간강을 제조하기 어려워 다시 열을 가해 온도를 높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철강 제품은 쇳물 한 통을 다 비우면 다음 통이 끊이지 않고 쇳물을 부어 주어야 수율 높은 제품이 생산됩니다. 차가운 망간 광석 때문에 쇳물 온도를 높이는 데 시간이 걸리면 연속 주조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워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결국 한 번에 쇳물 한 통분밖에 만들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는 경제성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소재는 개발했지만 생산 기술 개발이 늦어지자 사내에서는 "이러다 성공하는 방법을 까먹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이 수석연구원은 속으로 '세계 최초 기술을 개발하는 선도 연구는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차가운 망간이 쇳물 온도를 낮추는 문제의 해법이 느닷없이 찾아왔습니다. 함께 논의하던 기술연구소 제강 연구 그룹 연구원이 "왜 차가운 걸 넣어? 뜨거운 걸 넣으면 되잖아"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망간 광석을 미리 녹여 뜨거운 액체 상태인 용융 망간으로 만들어 쇳물에 붓자는 혁신적인 발상이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포스코는 전로에서 받은 쇳물을 담은 통이 주조 단계에 오면 그 근처에 용융 망간을 담은 용기를 설치하여 서로 합쳐서 주조하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 용기가 바로 '보온로'였습니다. 보온로는 쇳물 몇 통치 분량을 넉넉하게 보관하면서 동시에 온도 저하를 막기 위해 계속 따뜻하게 유지하는 장비였습니다. 이는 세계 최초 기술이자 세계에서 포스코밖에 없는 설비로, 고망간강 생산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또한, 용융 망간을 쇳물에 부으면서 대기 중 질소와 접촉해 성분이 바뀌는 것을 제어하는 기술과 용융 망간을 붓는 시점 등 핵심 노하우를 익혔습니다. 이러한 독점적인 기술은 중국 철강업체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지만, 고망간강 기술을 따라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장담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2013년, 생산 현장에서도 고망간강 생산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현장 적용의 여정: 고객 신뢰

생산 기술 개발에 성공한 포스코는 2013년부터 고객사를 찾아다니며 고망간강으로 실제 LNG 탱크를 만들 수 있는지 실증하는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이 과정은 고망간강이 고객사가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지는지, 용접은 잘 되는지 등을 평가하고 제3자 검증을 받으며 데이터를 쌓아나가는 지난한 과정이었습니다. 고객사마다 제조 형태가 다르고, 설계 방안도 달랐기 때문에 그에 맞춰 고망간강 가공 조건을 제시하는 '고객사 솔루션 개발'은 또 다른 난관이었습니다. 한번은 실증용 탱크에 LNG를 1,000번 넣었다가 빼는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기술적으로는 10번이든 1000번이든 큰 차이가 없다고 여겨졌지만, 새로운 소재에 쉽게 믿음을 주는 고객사는 드물었습니다. 고객사는 배가 30년가량 운항하는 동안 LNG를 얼마나 많이 주입하고 뺄지를 계산하여 1,000번이라는 테스트 횟수를 요구했습니다. 포스코는 탱크 외벽에 센서를 달아 그때마다 고망간강의 온도 변화, 열 수축 및 팽창 변화 등을 측정했습니다. 1,000번 테스트를 마친 뒤에는 탱크를 깨서 만들기 전후의 고망간강 차이를 살폈고, 허용되는 범위의 결함을 탱크 용접부에 심어 놓고 더 큰 결함이 생겼는지 추적 관찰했습니다. 모든 결과는 멀쩡했습니다. 다른 고객사가 실시한 수압 테스트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탱크에 새는 곳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물을 넣고 15바(깊이 150m에서 물이 누르는 압력) 압력을 걸었을 때 탱크 압력이 떨어지지 않으면 건전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스테인리스강을 주 소재로 쓰던 이 고객사에서 한여름에 수압 테스트를 한 뒤 물을 빼고 젖은 상태로 실증용 탱크를 야적장에 뒀습니다. 스테인리스는 물에 녹슬지 않지만, 탄소강 소재인 고망간강은 말리지 않으면 녹슬었습니다. 당연히 탱크에도 녹이 슬었고, '고망간강은 녹이 슬어 못 쓴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포스코는 소재 특성을 오인한 이 사례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이러한 모든 과정에 가스안전공사, 한국선급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들을 참여시켜 '고망간강에 이상 없다'는 3자 검증 데이터 리포트에 서명을 받았습니다. 마침내 2017년경, 육상 저장용 LNG 탱크나 LNG 추진 운반선 연료 탱크 제작에 고망간강이 사용될 준비를 마쳤습니다. 고객사들이 탱크 소재로 니켈이나 스테인리스, 혹은 알루미늄 대신 안전하면서 제조원가도 절감하는 고망간강을 선택할 날을 고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