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최근 밀라노 패션쇼에서 선보인 샌들이 인도의 전통 수제 신발 '콜라푸리 차팔'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문화적 표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프라다 측은 인도 전통 신발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맞다고 인정했지만, 전통 디자인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장인의 기여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명품 프라다, 인도 전통 디자인 표절 의혹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명품 패션 브랜드 프라다가 최근 패션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밀라노에서 열린 프라다 2026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에서 공개된 새로운 샌들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앞코가 뚫린 T자형 스트랩 디자인을 가진 이 샌들은 인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인도 전통 신발인 콜라푸리 차팔(Kolhapuri chappal)과 너무 비슷하다"는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문화적 표절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콜라푸리 차팔은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의 콜라푸르 지역에서 유래한 유서 깊은 전통 수제 슬리퍼입니다. 이 신발은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장인들의 숙련된 기술로 소가죽이나 물소가죽을 사용하여 손수 제작됩니다. 특히, 콜라푸리 차팔은 단순한 신발을 넘어 인도 서부 지역의 문화적 상징이자 수백만 명의 인도인이 일상생활에서 착용하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견고하고 편안하며 통기성이 좋은 것이 특징이며, 지역별로 다양한 디자인과 문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콜라푸리 차팔과 프라다의 신상 샌들이 외형적으로 매우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명품 브랜드의 '영감'이 과연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인도 마하라슈트라 상공회의소는 프라다 측에 공식 항의 서한을 전달했습니다. 이에 대해 프라다 측은 해당 제품이 "인도 마하라슈트라와 카르나타카 지역에서 제작된 전통 신발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또한, 프라다는 "컬렉션은 현재 초기 디자인 단계이며, 생산과 상용화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더 나아가, 현지 장인들과의 협력 가능성까지 열어두겠다고 밝히며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영감'인가 '도용'인가, 문화적 출처와 가치 인정의 문제
프라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문화적 도용'이라는 비판 때문이었습니다. 인도 내에서는 프라다가 전통 디자인의 문화적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고, 오랜 시간 동안 콜라푸리 차팔을 만들어 온 장인들의 노동과 역사적 기여를 정당하게 언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디자인의 유사성을 넘어, 특정 문화권의 유산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면서 그 원천에 대한 존중과 인정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가격 차이는 이러한 문화적 도용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인도 현지에서 콜라푸리 차팔은 한 켤레당 약 12달러(한화 약 1만 6000원)에 판매되는 반면, 프라다의 남성용 샌들은 800달러(한화 약 109만 원) 이상으로 책정되었습니다. 이는 무려 67배에 달하는 가격 차이였습니다. 현지 장인 프라바 사트푸테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콜라푸리 샌들은 오랜 시간 장인들의 손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며, "그 이름과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가격 차이는 명품 브랜드가 전통 공예품의 디자인을 차용하면서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추구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전통 공예 커뮤니티 간의 불균형한 권력 관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문화적 영감과 문화적 도용 사이의 경계는 항상 모호하며 논쟁의 여지가 많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영감이 도용으로 변질되는 시점을 원작 문화에 대한 적절한 인정, 존중, 그리고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프라다의 경우, 디자인의 유사성을 인정한 후에도 현지 장인들과의 협력 가능성만을 언급했을 뿐, 이미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콜라푸리 차팔의 역사와 장인들의 노고에 대한 충분한 존중과 구체적인 보상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는 명품 브랜드가 전통 문화를 단순한 디자인 소스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상생과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졌습니다.
엇갈리는 인도 패션계 반응과 향후 과제
프라다의 대응에 대한 인도 패션계 내부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일부에서는 프라다의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칼럼니스트 카니카 갈로는 "프라다가 이 샌들을 어떤 방식으로 상업화할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점이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명품 브랜드가 전통 문화를 활용할 때 투명성과 윤리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대변했습니다. 단순히 디자인을 차용하는 것을 넘어, 그 문화의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상업적 이익이 발생할 경우 원천 문화 커뮤니티와 공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반면, 전통 남성복 디자이너 라가벤드라 라토레는 이번 논란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인도의 신발이 세계 패션 무대에 등장한 건 기념할 만한 일"이라며, "이 기회를 통해 전통 수제 신발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전통 공예품이 글로벌 패션 시장에 노출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파급 효과에 주목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일부 전통 공예품들은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얻고,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프라다 논란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타 문화의 디자인 요소를 차용할 때 직면할 수 있는 복합적인 윤리적, 상업적 문제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습니다. 앞으로 명품 브랜드들은 단순히 디자인 영감을 얻는 것을 넘어, 해당 문화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갖춰야 할 것입니다. 또한, 원천 문화의 장인들과 공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발생한 이익을 합리적으로 공유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문화적 교류가 '도용'이 아닌 '협력'과 '상생'의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전통 공예의 가치를 보존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필수적인 과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