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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호텔경제학' 논란 해명: 유동성 지원과 승수효과의 오해

by gugjinjang1 2025. 6. 10.

한국은행이 '호텔 예약비' 비유 사용에 대해 해명하며, 이는 재정 정책 승수 효과가 아닌 금융 시스템 내 유동성 지원 설명을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예시라도 맥락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며, 재정 정책 효과와 중앙은행 역할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호텔 예약비' 비유 사용
유동성 지원과 승수효과

 

 

한국은행, '호텔 예시' 사용 이유 해명…재정 정책 옹호 아니다

최근 한국은행이 때아닌 '호텔경제학'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제 활성화를 설명하며 사용한 '호텔 예약비' 비유를 한국은행이 옹호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즉각 해명에 나섰습니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호텔과 관련된 예시는 중앙은행이 금융기관 간의 자금 이동, 즉 지급과 결제, 청산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라고 밝히며, 이 예시가 "재정 정책의 승수 효과와 관련하여 언급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즉, 한국은행이 특정 정치인의 경제 이론을 지지하거나 재정 정책의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해당 비유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한국은행의 해명은 '호텔 예약비' 비유가 사용된 맥락과 실제 금융 시스템 내에서의 중앙은행 역할을 명확히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는 자금의 흐름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 예시가 확대 해석되면서 벌어진 논란임을 시사합니다. 한국은행은 자신들의 역할과 기능을 설명하기 위한 교재에 포함된 예시가 정치적인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르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논란이 된 '호텔 예약비' 예시는 한국은행이 작년 말 발간한 '한국은행과 지급결제제도'라는 책자에 실린 내용입니다. 책자에는 여행객이 낸 5만 원이 호텔 주인에게 갔다가, 호텔 주인이 정육점 주인에게 빚을 갚고, 정육점 주인이 양돈업자에게, 양돈업자가 사료가게 주인에게 빚을 갚는 식으로 자금이 순환되는 과정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이 예시를 통해 금융기관 간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채권과 채무 관계를 계산하고 확정하는 '청산' 과정, 그리고 자금 이체를 통해 확정된 채권·채무 관계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하는 '결제'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중앙은행이 자금을 빌려주어 전체 지급결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데, 여행객의 5만 원이 여러 단계를 거치며 빚을 청산하는 과정이 중앙은행의 이러한 '일시적 유동성 공급'과 유사하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한국은행은 현재 '일중 당좌 대출'이라는 제도를 통해 이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하루 중 특정 시점에 자금이 부족해진 금융기관에게 중앙은행이 임시로 돈을 빌려주고, 그날 업무가 마감되기 전에 다시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입니다. 이처럼 중앙은행이 금융 시스템에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결제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매출 증대나 소비 확대 등을 통해 경제 전반이 성장할 수 있다는 '승수 효과'를 설명하는 것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입장입니다. 즉, 자금의 순환을 보여주는 예시이지, 특정 재정 지출이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논하는 예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호텔 예시'의 유래와 상반된 해석들

한국은행은 자신들이 사용한 '호텔 예시'가 로버트 맥티어 전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2011년 포브스에 기고했던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고 출처를 밝혔습니다. 맥티어 총재 역시 이 예시를 중앙은행의 역할, 특히 금융 시스템에 자금을 공급하는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그는 예시에서 처음 자금을 공급한 여행객을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로 빗대어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호텔 예시'가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기능이나 지급결제 시스템의 원활한 작동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어 왔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호텔 예시'는 과거부터 다양한 맥락에서 언급되어 왔으며, 때로는 상반된 해석을 낳기도 했습니다. 2009년 미제스 인스티튜트에 올라온 글에서는 이 예시를 역설적인 사례로 들며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쓴 로버트 블루멘은 "모두의 부채가 탕감됐다"는 낙관적인 해석은 모든 부채가 경제 내부에서 순환하는 '폐쇄적 경제'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실 경제는 대외 거래나 외부 자금 유입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순한 내부 순환만으로 모든 부채가 해결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그는 "똑같은 상황을 두고 '모두의 자산이 감소했습니다'라는 비관적인 결론도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자금을 받은 사람에게는 자산(현금)이 늘어나지만, 동시에 빚을 갚은 사람에게는 자산이었던 채권이 부채인 채무와 함께 소멸되기 때문입니다. 즉, 관점에 따라서는 전체 자산 규모에 변화가 없거나 감소했다고 볼 수도 있다는 해석입니다. 이처럼 '호텔 예시'는 자금의 순환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지만, 어떤 맥락에서 사용하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자신들이 이 예시를 사용한 것은 엄밀히 중앙은행의 지급결제 시스템 지원 기능을 설명하기 위함이었고, 이를 재정 정책의 승수 효과를 설명하는 것으로 연결짓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해명한 것입니다. 결국 같은 예시를 두고도 설명하려는 대상과 목적에 따라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며, 이는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다양한 관점과 복잡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정 정책 승수 효과와 '호텔 예시' 적용 논란

이번 논란은 이재명 후보가 경제 활성화를 설명하며 '호텔 예약비' 예시를 들고, 이를 '승수 효과'에 비유한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후보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정부가 돈을 풀어 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그 돈이 돌고 돌아 매출을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승수 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동네 치킨 가게의 예를 들며, 정부가 지원한 돈이 가게 매출 증대로 이어지면 가게 주인은 다시 소비를 하고, 이것이 다른 가게의 매출로 이어지는 식으로 돈이 계속 돌면서 동네 경제가 나아지는 것이 바로 승수 효과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러한 설명에 대해 비판이 일자, "돈을 돌게 하면 경제가 더 나아진다는 예시를 들었는데 이를 이상하게 해석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이를 모르는 바보들이 있다"고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후보는 한국은행도 '호텔 예시'를 통해 돈이 돌아야 경제가 움직인다는 것을 설명했다고 언급하며,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해명대로, '호텔 예시'가 본래 중앙은행의 지급결제 시스템 내 유동성 지원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라면, 이를 직접적으로 재정 정책의 '승수 효과'와 연결짓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승수 효과는 정부 지출이나 투자와 같은 외부 자금 유입이 총수요를 얼마나 증가시키고 결과적으로 국민 소득을 얼마나 늘리는지를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물론 돈이 경제 내에서 순환하는 과정은 승수 효과가 작동하는 방식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정부가 지출한 돈이 개인의 소득이 되고, 이 소득의 일부가 소비로 이어져 다른 사람의 소득이 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처음 지출된 금액보다 더 큰 규모의 소득 증가를 가져오는 것이 승수 효과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호텔 예시'에서 설명한 자금 순환은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에 일시적으로 자금을 빌려주었다가 당일 회수하는 과정입니다. 이는 새로운 자금이 경제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유입되어 총수요를 늘리는 재정 지출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자금이 순환하는 것은 맞지만, 이 과정 자체가 경제 규모를 키우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적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한은 사정에 밝은 한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정책을 통해 자금을 공급하면 승수효과를 통해 경제가 성장할 수는 있다"면서도, 한국은행의 '호텔 예시'처럼 마지막에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라면 그 성장 효과가 사라지거나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한국은행의 예시가 중앙은행의 역할을 설명하는 데서 재정 정책 설명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맥락이 왜곡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결국 동일한 '자금의 흐름'이라는 현상을 두고도, 그것이 어떤 주체(정부, 중앙은행, 개인)에 의해, 어떤 목적(경기 부양, 금융 시스템 안정)으로, 어떤 방식으로(지속적 투입, 일시적 지원 후 회수) 이루어지는지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그를 설명하는 경제학적 개념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번 논란은 복잡한 경제 현상을 단순한 비유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와 해석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