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수상으로 한국 뮤지컬의 글로벌 진출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팬레터', '마리 퀴리', '레드북' 등 이미 해외서 성과를 내는 작품들이 있으며, 성공 위해선 정교한 현지화와 초기 기획 단계부터의 글로벌 전략이 중요합니다.
한국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수상으로 글로벌 무대 주목
최근 한국 뮤지컬계에 경사스러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대학로의 작은 소극장에서 시작된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인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무려 6관왕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뮤지컬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브로드웨이에서 한국 창작 뮤지컬이 이토록 큰 인정을 받은 것은 전례 없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며, 국내 공연계는 물론 전 세계 공연계가 한국 뮤지컬의 저력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공은 단순히 한 작품의 뛰어남을 넘어, 한국 뮤지컬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따라 '어쩌면 해피엔딩'의 뒤를 이어 해외 무대에서 빛을 발할 다음 'K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이번 토니상 수상을 발판 삼아 한국 뮤지컬의 글로벌 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거 K-팝, K-드라마, K-영화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듯이, 이제는 K-뮤지컬이 한류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를 차례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국 뮤지컬은 이미 아시아권에서는 독보적인 제작 능력과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점차 유럽과 북미 등 서구 시장으로도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은 한국 뮤지컬의 글로벌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해외 시장에서 이미 빛나고 있는 '넥스트 K뮤지컬'들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수상으로 한국 뮤지컬의 글로벌 가능성을 입증하기 전부터, 이미 여러 한국 창작 뮤지컬들이 해외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며 '넥스트 K뮤지컬'로서의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각기 다른 매력과 보편적인 메시지로 해외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뮤지컬 '팬레터'를 들 수 있습니다. 2016년 국내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천재 작가 이상과 김유정 등 당시 문인들의 모임인 '구인회'를 모티브로 한 창작 뮤지컬입니다. 문학적 감수성과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어우러져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팬레터'는 일찌감치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여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공연된 라이선스 공연은 '오다시마 유시 번역 희곡상'에서 작품상과 번역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또한, 올해 1월에는 '중국 뮤지컬 협회 연례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포함해 무려 7개 부문을 휩쓸며 중국 뮤지컬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팬레터'의 성공은 한국적인 배경과 정서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학에 대한 열정, 예술가의 고뇌, 인간적인 관계 등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어 아시아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얻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폴란드의 위대한 여성 과학자 마리 퀴리의 삶을 다룬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 역시 해외 진출의 폭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는 작품입니다. 2020년 국내 초연 이후, '마리 퀴리'는 2022년 퀴리의 고국인 폴란드에서 '황금 물뿌리개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성공적으로 올리며 아시아 시장에서의 가능성도 확인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성과는 지난해 한국 뮤지컬 최초로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현지 프로덕션으로 장기 공연을 올렸다는 점입니다. 웨스트엔드는 브로드웨이와 더불어 세계 뮤지컬 산업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곳으로, 이곳에서의 장기 공연은 '마리 퀴리'의 작품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는 중요한 성과였습니다. 제작사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는 '마리 퀴리'가 위인의 업적만을 나열하는 전기적인 구성에서 벗어나, 과학 윤리와 인간의 책임이라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기 때문에 문화권을 불문하고 관객 정서에 직접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마리 퀴리'가 서구 관객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었던 이유를 보여줍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의 자유와 주체성을 유쾌하게 풀어낸 뮤지컬 '레드북' 또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레드북'은 2023년 영국 런던에서 영어 리딩 공연을 진행하며 현지 시장의 반응을 살폈습니다. 국내에 영국 뮤지컬을 다수 소개해 온 제작사 아이엠컬처는 '레드북' 창작진으로부터 아시아권을 제외한 해외 공연권을 별도로 확보하여, 현지 정서에 맞는 공연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창작 뮤지컬을 해외에 선보일 때 단순 번역을 넘어 현지 문화와 관객의 감수성을 고려한 '정교한 현지화'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레드북'이 영국 현지 관객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게 될지 기대됩니다. 이처럼 '팬레터', '마리 퀴리', '레드북' 등 여러 한국 창작 뮤지컬들이 이미 해외 시장에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과 더불어 한국 뮤지컬의 글로벌 확산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로벌 성공을 위한 과제: 정교한 현지화와 초기 기획의 중요성
한국 뮤지컬의 글로벌 진출에 대한 밝은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모든 작품이 '어쩌면 해피엔딩'만큼의 큰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적인 지적도 나옵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작가 박천휴와 작곡가 윌 애런슨의 조합이 매우 이례적이었다는 점입니다. 우란문화재단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의 초기 개발에 참여했던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은 "윌-휴 콤비는 모두 미국을 베이스로 활동해 현지 언어와 정서 모두에 익숙했다"며, 이 때문에 "가사도 멜로디와 영어 강세가 자연스럽게 맞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창작 초기 단계부터 영어 가사와 미국 관객의 감수성을 고려한 섬세한 작업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브로드웨이에서도 통할 수 있었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한국에서 만든 작품을 단순히 번역하여 해외 무대에 올리는 방식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뮤지컬 전문가들은 '어쩌면 해피엔딩'의 사례에서 보듯이, 앞으로 한국 창작 뮤지컬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작 단계부터 해외 관객을 염두에 둔 '정교한 현지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단순한 언어 번역을 넘어, 해당 국가의 문화적 맥락, 관객의 감수성, 그리고 공연 시장의 특성까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반영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해외를 겨냥해 만들어진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이 배경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보편적인 정서를 품고 있었다"며, "국내 관객에게 초점을 맞춘 다른 작품들은 조금 더 정교한 현지화 작업이 따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한국적인 소재나 정서를 다루더라도, 이를 해외 관객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메시지를 강화하고 문화적 장벽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작품의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전략적인 접근이 중요합니다. 어떤 국가의 어떤 시장을 목표로 할 것인지, 해당 시장의 관객들은 어떤 작품을 선호하는지, 그리고 현지 제작 환경은 어떠한지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작품 개발 방향을 설정해야 합니다. 해외 유수의 제작사나 창작진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작품을 만들거나, 이미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 작품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여 다른 작품에 적용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은 한국 뮤지컬의 뛰어난 잠재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지만, 이것이 한국 뮤지컬 산업 전체의 지속적인 글로벌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개별 작품의 노력과 더불어 산업 차원의 전략적인 지원과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정교한 현지화와 초기 기획 단계부터의 글로벌 전략 수립이 한국 뮤지컬이 '어쩌면 해피엔딩'을 넘어 '넥스트 해피엔딩'을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