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빠르게 저하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가파르며, 이는 분기별 역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과감한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잠재성장률, OECD 최악 하락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두 편의 보고서를 통해 우리 경제의 현재 상황에 대한 심각한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인 잠재성장률이 매우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으며, 이러한 하락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노동, 자본, 그리고 생산성 등 가용한 모든 생산 요소를 최대한 활용했을 때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의미합니다. 이는 그 나라 경제의 근본적인 성장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4년만 해도 8%에 육박하는 매우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하여 현재는 2%를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약 30년이라는 기간 동안 잠재성장률이 6%포인트나 하락한 것입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하락 폭이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잠재성장률 하락 폭이 두 번째로 큰 나라는 칠레로, 같은 기간 약 5.5%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이 기간 동안 잠재성장률 하락 폭이 약 1.8%포인트로 한국보다 훨씬 작았습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가 일본의 세 배 이상이라는 것은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 저하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제 규모가 커지고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러한 일반적인 추세를 넘어 하락 폭과 속도가 유독 두드러졌습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 달러에서 5만 달러로 증가하는 시기의 잠재성장률 변동 폭을 비교했을 때도 한국은 약 1.4%포인트 하락하여 가장 많이 떨어진 나라로 분석되었습니다. 반면 같은 시기에 미국, 네덜란드, 캐나다 등 일부 국가들은 오히려 잠재성장률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한국 경제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한국은행의 이러한 진단은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 경로에 대한 심각한 경고 메시지였습니다.
인구 감소가 가장 큰 하락 요인
한국은행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이처럼 급격하게 하락한 가장 큰 원인으로 '인구 감소'를 지목했습니다. 생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노동 투입량을 줄어들게 만들고, 이는 곧 경제 전체의 잠재적인 생산 능력을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요인이 됩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는 가장 강력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는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져 기업의 생산 활동을 제약하고, 소비를 위축시키며, 장기적으로는 투자 감소로 이어지는 등 경제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반면 잠재성장률이 반등한 국가들의 사례는 인구 구조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한국과 달리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구 증가는 노동력 공급을 확대하여 잠재성장률 유지 또는 상승에 기여했습니다. 또한 미국은 활발한 투자와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하면서 잠재성장률 반등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잠재성장률이 크게 하락하면서 한국 경제는 분기별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한국은행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분기별 역성장이 발생할 확률은 2014년 4.6%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3.8%로 세 배가량 상승했습니다. 이는 경기에 따른 실제 성장률의 등락 폭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경제의 기준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 자체가 낮아지면서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빈도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경제의 안정성을 해치고 경기 침체 위험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구조 개혁을 주문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의 빠른 기초 체력 저하와 역성장 빈도 증가라는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과감한 구조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인 인구 감소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구체적인 구조 개혁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혁신 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여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우호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나 벤처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둘째, 생산가능인구 감소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정책 노력이 중요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외국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합니다. 숙련된 외국 인력 유입을 통해 노동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생산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미국, 호주, 영국 등 잠재성장률 반등에 성공한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 경제에 맞는 구조 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들 국가는 인구 증가, 투자 확대, 혁신 강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린 경험이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이번 경고는 우리 경제가 현재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습니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단기적인 경기 변동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그리고 사회 전체의 과감하고 일관된 구조 개혁 노력이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