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LNG선 등 선박 발주량이 급감하며 한국 조선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높은 선가와 물동량 위축 등이 원인으로 분석되며, 현재 일감은 2028년까지 충분하지만 그 이후 장기 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2025년 상반기, 급격히 줄어든 선박 발주량 현황
최근 국내 조선업계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한때 우리 조선사들의 든든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물론, 전반적인 친환경 선박을 포함한 선박 발주량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추세는 한국 조선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 섞인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라크슨리서치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총 1592만 CGT(선박 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환산 톤수)를 기록했습니다. 이 수치는 지난해 전체 발주량인 7353만 CGT와 비교했을 때, 불과 21.7% 수준에 머무는 매우 저조한 성적입니다. 만약 이러한 발주 감소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전체 선박 발주량은 약 3000만 CGT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는 지난해 발주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치로, 글로벌 선박 시장의 위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특히 한국 조선사들의 핵심 먹거리이자 경쟁 우위를 점해왔던 친환경 선박, 그중에서도 LNG 운반선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수준입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LNG 운반선 발주량은 66만7192 CGT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발주량인 766만9647 CGT와 비교했을 때 10%도 채 되지 않는 충격적인 수치입니다. 척수 기준으로 보더라도 올해 현재까지 18척이 발주되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수주량인 93척의 19.4%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LNG 운반선은 강화되는 환경 규제와 LNG 수요 증가에 힘입어 한국 조선업의 '슈퍼사이클(초호황)'을 이끌어왔던 주역이었습니다. 2021년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번 슈퍼사이클은 과거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년간 지속되었던 슈퍼사이클보다 이미 2년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난 수주 실적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정점을 지나 하향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처럼 핵심 선종인 LNG 운반선의 발주량이 급감하고 전체 선박 발주량 역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한국 조선업계에 상당한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조선업 수주 절벽, 왜? 복합적인 원인 분석
최근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급격히 감소하며 '수주 절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에는 여러 복합적인 원인들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원인으로는 최근 몇 년간 친환경 선박, 특히 LNG 운반선 발주가 폭발적으로 쏟아지면서 단기간 내에 상당한 물량의 선박이 이미 확보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선사들이 필요한 선박을 이미 발주했기 때문에, 단기적인 추가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는 수요 측면에서의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원인은 글로벌 교역 환경의 변화와 그에 따른 물동량 감소입니다. 기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시절의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물동량이 위축된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교역량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해상 운송 수요도 감소하게 되고, 이는 결국 새로운 선박에 대한 필요성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물동량 증가 및 공급망 혼란에 대비하여 많은 선사들이 선박을 대거 발주했는데, 이러한 선박들이 최근 속속 인도되면서 전반적인 선박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선박이 많아지면 해상 운임이 하락하고, 이는 선사들이 신규 선박 발주를 망설이는 또 다른 이유가 됩니다. 세 번째이자 매우 중요한 원인은 바로 선박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선박을 새로 건조하는 가격을 나타내는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달 기준 186.69를 기록하며, 2021년 평균치인 153.63보다 21.5%나 높은 수준입니다. 이 수치는 과거 조선업 초호황기였던 2008년 9월의 역대 최고치인 191.6과 거의 맞먹는 수준입니다. 선주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현재 해상 운임이 낮은 상황에서 선박 가격까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비싸다면, 굳이 무리해서 새로운 선박을 추가로 발주할 이유가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운임이 낮다는 것은 선박을 운영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적다는 의미이고, 배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즉, 수익성은 떨어지는데 투자 비용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선사들이 선뜻 발주에 나서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낮은 운임과 높은 선가라는 이중고가 선박 발주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현재 조선업의 '초호황' 상태를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하향세의 시작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의 시장 상황이 신규 수주 확보에는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는 괜찮지만… 3년 뒤 한국 조선업의 장기 전망은?
현재 한국 조선업계는 당장의 어려움보다는 3~4년 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큰 상황입니다. 그 이유는 지난 몇 년간의 슈퍼사이클 기간 동안 상당한 양의 선박을 수주하여 현재 건조할 '일감'이 2028년까지 충분히 확보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단기적으로는 수주잔량(쌓여있는 일감) 덕분에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합니다. 많은 조선소들이 이미 도크(선박 건조 공간) 예약이 꽉 차 있어, 지금 당장 수주량이 줄어든다고 해도 눈앞에 닥칠 직접적인 위협은 적은 편입니다. 이러한 수주잔량은 조선소의 고용 안정성과 매출 유지에 기여하며, 현재까지는 조선업 호황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의 수주 절벽이 지속될 경우, 2028년 이후부터는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발주되는 선박들이 보통 2~3년 뒤에 인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처럼 발주량이 크게 줄어든 시기의 영향은 정확히 3년 뒤, 즉 2028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지금처럼 신규 수주가 부진하면, 2028년부터는 조선소의 도크가 비기 시작하고 건조할 선박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사 제목에서 언급된 "3년 뒤 장담할 수 없다"는 표현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나옵니다. 현재의 풍부한 일감은 2028년까지의 안정성을 보장하지만, 그 이후의 일감 확보 여부는 현재의 수주 상황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현재의 수주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로 굳어진다면, 2028년 이후 한국 조선업은 다시 장기 불황의 터널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수주량 감소에 그치지 않고, 조선소의 가동률 하락, 생산직 및 설계 인력의 감축, 신규 투자 위축 등 산업 전반에 걸친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경쟁국과의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불황기에는 저가 수주 경쟁이 심화될 수 있어 수익성 악화 문제도 심화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수주잔량에 안주하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미래의 불황 가능성에 대비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친환경 선박 기술의 고도화, 스마트 조선소 구축, 고부가가치 선종 개발 등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이 한국 조선업의 3년 뒤, 그리고 그 이후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